예술 이야기

"술이란 취하려고 먹는 것이 아니라 맛있기 때문에 먹는다"는 것을 우리 술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또한 밤새 먹어도 다음날 숙취가 전혀 없고 속이 깨끗합니다. 따로 해장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술은 사람의 품성을 바꿉니다. 우리 술은 그 성질이 우리 산하를 닮아서 온순하면서도 강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술을 대하면 자세가 바르게 되고, 술을 먹을수록 마음은 부드러워지고, 흥겨워집니다. 

그리고 우리 술을 계속 먹으면 취하다가 깨고 취하다가 깨고, 취하다가 깨기를 반복합니다. ‘앉은뱅이 술’이란 취하다가 깨기를 반복해서 계속 앉아서 먹는다는 의미에서 ‘앉은뱅이’이지, 너무 취해서 못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아가 우리 술을 아무리 많이 먹어 취하더라도 어느 선을 넘지 않습니다. 기억을 못한다거나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는 법이 없습니다.

이러한 우리 술의 매력에 빠져 직접 전통주를 빚게 되었고, 이를 남한테 알리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가양주 형태로 전통주가 서서히 복원되고 있으나, 전통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좋은 술을 나와 내 주변의 소수 사람들만 즐길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본래 우리의 술인데,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술이고, 우리 유전자 속에 그 술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는데… 우리의 술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기 위해서는 이를 상품화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비록 규모는 작더라도 누군가는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하나 둘 하다 보면 우리 술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러면 수많은 작은 양조장들이 생겨날 것이고, 다양한 술들이 탄생할 것입니다.

그리고 술문화를 바꾸어야 합니다. 술보다는 안주 위주의 술문화, 즐기기 보다는 취하는 것이 목적인 술문화, 전통주점 하면 막걸리와 빈대떡이 고작인 술문화… 뭔가 우리만의 술문화를 찾아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 사케집에 갑니다. 이는 단지 사케만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수천년에 걸쳐 훌륭한 술을 만들어 놓았건만, 후손인 우리들은 뭘 하고 있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서서히 하려고 하고, 그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전통주 양온소(양조장)를 만들어 우리 술을 보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